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거래하는 사회. :: 김순종닷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거래하는 사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누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 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에 대한 반감을 느끼며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가치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사랑과 우정이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만큼이나 '돈'이 가진 힘이 막강해지고 있다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6250달러,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되기 7500달러, 마약 중독 여성의 불임 시술 장려금 300달러, 우리가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가치 이상으로 중요한 '인간의 존엄권'이 돈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물질만능주의 사회'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마이클 센델은 그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통해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시장논리가 속할 수 있는 영역과 속할 수 없는 영역을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사회적 판단의 연장선에서 시장이 개입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설정해야만 우리사회의 고유한 가치나 도덕들을 잘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센델의 주장에도 일부 맹점은 있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부분까지도 시장에서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모든 규범이 돈에 종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상, 최근 규범적 영역에 시장논리가 침투한 것을 우리는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이 사회의 도덕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더욱 '돈의 힘'에 규범이 지배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ㅣ 돈으로 유혹하는 대학 내 마일리지 제도

필자는 이미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2010년 제대 후 복학을 하면서 대학 내에 '마일리지 제도'라는 것이 신설되었음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이 제도는 토익 시험, 교내 어학원 강의 수강, 헌혈, 각종 대회 참가 및 수상을 한 학생들에게 소정의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그것을 일 년에 한번씩 현금화 시켜주는 제도다.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은 이 제도를 좋게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 이 제도는 학생들에게 '돈의 맛'을 보여주는 부정한 제도이다. '돈'이라는 목적을 위해 공부하고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심지어 자신의 피까지 바치는 '헌혈'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지 않나. 


물론, 순수 지식을 위한 공부, 희생을 위한 헌혈을 하면서 마일리지도 챙길 수 있다는 이점을 들며 반론을 펼 수도 있겠지만, 이미 돈의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분야에 의도의 순수성과 돈을 통한 효율성 증진이라는 것이 양립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특히나, 대학 내에 이런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더욱 우려스럽다. '지성의 장'으로서 사회전반을 이끌어 가야 할 대학이 '돈의 논리'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시행에 교수들도 그다지 큰 반발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그들은 이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인지를 못했거나 혹은 하면서도 별 다른 비판적 관점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그것이 과연 지성인이 보여야 할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돈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학생과 학교를 방치하는 그 태도가 말이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관문'이라는 비판을 듣게 된지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 대학 내에 '돈을 숭배' 하는 문화까지 정착되고 있지는 않은 지, 작금의 현실이 비참할 따름이다.





돈은 우리 행복의 척도가 아닌 행복을 위한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우리사회 속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이러한 상황은 심각하다. 일부 정치인들은 '돈'을 통해 공천을 받으려 하고 있고, 기업은 '돈'을 목적으로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많은 젊은이들은 '돈'을 목표로 많은 연봉이 보장되는 직업만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 매사에 '돈'이 가치를 판단하며, 한편으로는 인간을 희롱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돈만이 유일한 가치가 된 사회가 건전한 방향으로 향할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사명감', '인간에의 애정', '순수한 가치에의 경외감' 이야말로 한 사회를 보다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대학 은사 중 한 분이 이전에 이러한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인지만 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변할 수 없다. 인지만큼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돈'과 규범적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은 이 둘이 결탁될 때 발생할 문제들에 대한 '인지'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돈은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행복은 돈의 적고 많음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자꾸만 돈을 행복과 결부지어 생각한다. 아시아의 소국 부탄은 1인당 GDP가 20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이지만, 늘 국민행복지수(GHN)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라는 돈과 행복이 큰 연관성이 없음을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행복을 위해서는 '돈' 의 많고 적음보다 올바른 가치가 향유되고, 각각의 사회구성원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정립되어야만 한다. '돈'을 추종하며, 소중한 가치들까지도 거래하는 문화적 저급함은 결국 우리의 불행을 초래할 뿐이다.


지금 우리는 보다 행복한 우리 자신, 우리 사회를 위해서 규범적 영역에까지 침투한 시장논리, 돈의 논리의 문제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인식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문화가 구축될 때 우리는 보다 행복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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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2013.04.04 09:50

    비밀댓글입니다

    • 2013.04.04 10:08 신고

      원빈 멋있죠 ㅎ 소심한 여자님만이 아니라 많은 여성분들의 로망이 원빈이 외치는 ' 얼마면 돼!' 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죠.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중요한수단 중 하나라는 점은 명백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수단이 목적이 될 때 부정적인 일들이 쉽사리 벌어지고는 합니다. 일전에 한 대학생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명품백을 사주려고 신장을 팔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가는 우리사회의 병폐적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라는 것, 건전하게 바라봐야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네요^^

  • 카스
    2013.04.05 01:01 신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건 없죠.
    대신 팔수 없는건 있죠. 나!


    • 2013.04.05 01:21 신고

      팔 수는 없지만 본인을 살 수는 있다는 것인가요? 농담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카스
    2013.04.05 02:39 신고

    당신을 살 수 있나요? 얼마면 되나요?
    값으로 따질 수 없어요.

  • 2013.04.05 22:3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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