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지고지순함, 엄마의 사랑 :: 김순종닷컴

단 하나의 지고지순함, 엄마의 사랑

진주에 다녀오는 길이면 늘 손이 무겁다. 요리를 할 때면, 손이 크다는 말을 듣는 내 어머니의 넉넉한 반찬들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어머니는 늘 검소한 사람이었다. 사소한 유희로 돈 한푼 낭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매번 음식을 장만할 때만 커지는 어머니의 손은 넉넉한 품성이나 재정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한 큰 사랑을 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 준다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의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그들은 그들의 힘, 그들의 부, 그들의 능력을 경험한다. 이러한 고양된 생명력과 잠재력의 경험 속에서 그들은 매우 큰 기쁨을 느낀다. -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 - 


 엄마는 내게 모든 것을 준다. 나에게 생명을 주고, 나에게 사랑을 준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조차 바칠 수 있는 것이 엄마의 사랑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행위를 통해 엄마는 희생이 아닌 기쁨을 느낀다. 사랑을 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고, 자신의 생명을 느끼는 것이다. 삶 자체의 이유가 자식에게 사랑을 주는 것인 엄마,마의 사랑은 마치 데카르트의 명제와 같이 의심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지고지순함이다.


일상적인 일들을 이유로, 내 개인의 기쁨과 안위를 이유로 그 동안 엄마의 끊임없는 사랑과 구애에 난 얼마나 소홀했던 것일까.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얼마나 이 사랑을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것일까. 마치, 이 사랑이 엄마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엄마의 사랑은 엄마의 역할이 아니다. 사랑하는 행위 자체가 모든 어미의 삶의 이유인 것이다. 우리가 이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면, 어떻게 이토록 큰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은 불안을 일으킨다. 분리는 분명 모든 불안의 원천이다.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내가 인간적 힘을 사용할 능력을 상실한 채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무력하다는 것, 세계 즉 사물과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나의 반응 능력 이상으로 세계가 나를 침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분리는 격렬한 불안의 원천이다. -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우리는 늘 사랑을 찾아 헤메인다. 누군가와 합일하지 않은 상태, 나 혼자만 이 세상에 남겨진 존재란 느낌은 우리를 불안토록 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와 온전히 합일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을 엄마의 몸 속에서 어머니와 하나됨으로써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네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모든 것을 알고 느끼며 이해하려 노력한다. 언제든 우리가 세상에 혼자 동 떨어진 존재,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그럼에도 굳이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헤메이는 어리숙함을 보인다. 인간은 본원적으로 고독할 뿐이라 말한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그 어떠한 사랑보다 크고 위대한 사랑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데 말이다.



  •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할 수 있으며, 탕신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


 

모든 어미들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통해 만물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나의 어머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늘 문득,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베푸는 사랑을 생각해본다. 어머니가 있어, 사랑받을 수 있어 참 기쁘다. 그리고 나 역시 이제는 그 사랑을 조건없이 돌려줄 수 있는,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사랑을 주는 행위가 나를 가장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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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2013.11.07 22:27 신고

    어머니라는 세 글자를 불러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잠시 기억의 저편 넘어 생각케 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2013.11.07 22:43 신고

    항상 받기만 해서 고마움을 몰랐는데.. 자식을 키우면서 그 사랑 느끼고 또 느껴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늘 행복하세요^^

  • 2013.11.08 11:16 신고

    63. 쾅!

    첫 '에세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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