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된 루머가 가득한 세상을 탈출하라. 캐스 R. 선스타인의 <루머>

'천안함은 미군 잠수정의 오발탄으로 침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 살아있다.' 이처럼, 사람이나 사건 혹은 물체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을 우리는 '루머'라고 말한다. 이러한 루머는 인터넷의 등장 후 더욱 손쉽게 그리고 더욱 넓은 범위로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는 많은 루머들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루머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한다. 루머는 경우에 따라 한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고, 두 나라 간의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가령, 미국 지도부가 중국이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루머를 믿게 될 경우를 가정해보라.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이 예상되는가. 그렇다. 루머는 경우에 따라 전쟁을 불러 올 수도 있을 만큼이나 위험하다. 우리가 거짓 루머를 경계해야 할 이유다. 



캐스 R. 선스타인 교수의 <루머>


<넛지>의 저자로 이름을 떨친 하버드대의 캐스 R. 선스타인 교수의 저서 <루머>는 이러한 루머가 어떻게 발생하며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말해준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 각종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를 분석하고 몇몇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거짓 루머는 어떻게 시작되며, 어떠한 방식으로 유포될까. 그리고 이러한 거짓 루머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방법을 도입해야 하는 것일까? 선스타인 교수의 <루머>는 이 문제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루머는 사람들의 신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어떠한 루머를 듣게 됐을 때 그 루머가 믿고 싶은 것이면 믿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거부하는 성향을 가진다. 특정의 루머가 어떠한 집단이나 지역에서는 널리 퍼지지만 다른 집단이나 지역에서는 퍼지지 않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가령,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라는 루머에 대해서는 개인이 가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반응하는 바가 다르다. 또한, '5.18 민주화 운동의 배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지역에 따라 반응하는 바가 다르다. 이러한 예시들은 결국 루머를 수용하고 이를 믿고 전파하는 과정에 기존의 신념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하면, 루머는 어떠한 방식으로 퍼져나가는 것일까. 캐스 R. 선스타인 교수는 '사회적 폭포현상'과 '집단극단화'를 통해 루머가 작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행동과 말을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나의 앞 사람들이 어떠한 판단을 했는지가 우리의 판단에 준칙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루머가 번지는 기본 원리가 된다. 일단 어느 정도 수의 사람들이 특정 루머를 믿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믿게 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수가 많아 질수록 사람들은 그 루머가 거짓이라고 판별할 수 있게 하는 확실한 이유가 없는 한 루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또한, 압도적인 다수가 루머를 믿게 되면 루머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믿음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기 힘든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루머가 힘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루머를 믿게 되면, 집단 극단화 현상이 발생한다. 어떤 사안을 두고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견해에 대해 확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 간의 논의를 통해 루머를 한층 강화시킨다. 그리고, 이제는 어떠한 외부의 자극도 루머에 대한 믿음을 쉽사리 흔들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한다. 루머는 점점 더 힘을 가지며 심지어 그것이 거짓된 것임을 자료를 통해 증명하게 되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편향된 입장에 맞게 정보를 해석하며 기존의 믿음을 지속하게 된다. 거짓된 루머가 진실보다 큰 힘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거짓된 루머를 믿게 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가장 표준적으로 제시되는 방법은 '생각의 시장' 혹은 '공론의 장'을 활성화 해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공론의 장은 자정작용을 통해 거짓 루머들을 몰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생각의 시장' 혹은 '공론의 장'이 경우에 따라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된 루머를 퍼뜨리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이러한 기능을 하고 있다면 적절한 비유일까? 그래서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면서도 동시에 거짓 루머에 대해서는 엄벌을 내리는 방식으로 거짓 루머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만 한다. 표현의 자유 증진과 거짓 루머에 대한 처벌의 균형점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감히 말하건대 현재로는 그것만이 거짓 루머의 위험성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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