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평화유지는 강경외교로 이루어 질 수 없다.




                 
                         ▲ 2011년 12월 20일 북한은 조선 중앙 TV를 통해 김정일의 시신을 공개했다.



어제(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된 후, 국내 여론이 들썽이고 있다.
이유는 앞으로 닥쳐올 국제 정세의 불투명성과 한반도 위기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북한 체제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 또 그들의 움직임이 어떠한 지에 대해
우리가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반도가 지난 60년 간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전이 아닌 휴전상태. 언제든 전쟁은 발발할 수 있다.
최근에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의 안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우리는 큰 위기감에 봉착했었다.
전쟁이 날 지 모른다는 여론이 팽배함에 따라, 일반 가정에서도 비상식량을 구해 재워두기 시작했고.
코스피 폭락은 물론. 전군이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북한의 동태를 주시했다.

더구나, 당시 김영삼 정부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조문인사 파견도 허용하지 않았던 터라, 북한측의 반발심이 강했다.
김일성 사망 이전의 화해모드. 정상회담 추진까지 이야기가 오가던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급히 악화되었고,
정부는 이후 주도적인 대북외교를 이끌어 갈 수 없었다.

이번 김정일 사망은 이전의 김일성 사망 당시보다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민주정부 10년간 쌓아두었던 신뢰는 박왕자씨 사건 이후로 파탄이 나기 시작하여,
개성공단 철수,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폭격 사건 등을 거치며 근 20년 내 가장 서로의 대립이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또한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일과 같은 준비된 후계자가 존재하지 않아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악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남남갈등에 부딪히고 있다.
남남갈등의 핵심에는 북한에 대한 조문단 파견 여부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들의 논리는 이러하다.

찬성측 입장 : 남과 북은 적이 아니라 통일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이 예의다.

반대측 입장 : 전쟁을 일으키고, 끊임없는 무력도발을 지령한 사람에게 조의, 조문이 무슨 의미냐



대체로 보수진영에서는 이제 껏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기에 강경외교를 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그들이 우리의 안보에 위협적이더라도, 한 동포, 한 겨례이기에 인도적 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결과 우리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진보 진영의 이러한 주장은 이솝우화 ' 해와 바람'의 이야기를 빗대어
'햇볕정책' 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되었다.
이 정책을 통해 우리는 6.25이래 처음으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뤄냈다.
그리고 다시 7년 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남북관계를 풀어갔다.
물론, 그 와중에 북에 대한 많은 지원이 있었고 이 지원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퍼주기 논란'을 일으키며 비난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조문단 파견에 대한 갈등 역시 이러한 서로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다.
김정일의 죽음을 축하하고, 그의 부도덕한 독재행위와 지도자로서의 무능력을 비난하는 보수진영은
지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그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강경 외교를 펼친 결과물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말이다.

그 결과는 우리의 촉망받는 젊은이들의 죽음, 연평도 민간인의 죽음이 아니였던가?

물론 우리에게 공격적 행위를 한 북한 당국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것을 초래하게 한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우리의 강경외교가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였는지 성찰해야만 한다.


이번 논란 속에서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조문 파견 반대'는 이 강경외교를 펼치자는 논리에 출발점을 두고 있다.
물론 북한의 지도부와 김정일이 저지른 그간의 잘못들, 악행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들에 근거를 두며 감정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행동하는 것은 실리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
우리가 김정일 위원장 비난한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반발과 내부결속을 위한 또 다른 도발 외에 얻을 것이 없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조의를 표하며 그들과 해빙모드를 다시 이끌어 낸다면,
이것을 기점으로 우리는 다시 남북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안보 위협을 낮출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안보라는 것은 대체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만,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만한 군사력을 갖출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할 때
차라리 조금은 '퍼주기'를 하더라도. 그러한 비용 소모를 통해 평화 모드를 점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평화모드 구축을 위해 '퍼주어야 하는 비용'에 비하면,
그들과의 전쟁이 초래할 전쟁비용은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김정일의 사망은 북한 내부의 권력 다툼을 일으킬 가능성이 드높은 만큼.
그들은 내부 결속을 위해 무슨 짓을 할 지 알 수 없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폭격이 그들 내부의 결속을 위한 행위였음을 상기해 볼때
지금과 같은 상황 일수록 우리는 그들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외교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조의 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안보란 힘의 대결을 통해 이루는 것이 아닌, 갈등 자체를 없애는 것임을 상기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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