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근대 국가의 특성은 '물리적 강제력'에 있다. 국가운영에 참여하는 정치가가 힘을 갖는 이유도 법을 통해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한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라 평가받는 막스 베버는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물리적 강제력'을 가진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언급했다. 신념윤리란 하나의 대의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자질을 의미하며, 책임윤리는 자신의 행동의 결과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질을 의미한다. 


막스 베버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정치가의 자질이라 주장했다.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에서 '신념윤리가란, 자신의 신념의 실현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결과들을 도외시한 채 신념의 실현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베버에 따르면 이러한 신념윤리가들은 '세상이 어리석고 비열하지 내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있으며,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고 이들의 어리석음과 비열함을 뿌리뽑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취한다. 이들의 모습은 스스로의 대의에 대한 감흥에 도취된 듯 하지만 현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힘쓸 줄 안다는 측면에서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에겐 신념윤리만이 아닌 책임윤리 역시 필요하다. 자신의 대의를 위해 도전할 줄 알면서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인이 필요한 이유다. 책임질 줄 모르는 정치가를 신뢰할 순 없다.


베버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상보적 관계로 정치가는 이 둘 모두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정으로 그리고 온 마음으로 느끼며 책임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어느 한 시점에 와서 '이것이 나의 신념이오, 나는 이 신념과 달리는 행동할 수 없소'라는 말을 할 줄 안다면, 이것은 비할 바 없는 감동을 주는 모습이라 말했다. 책임윤리와 신념윤리를 동시에 갖춘 정치가의 모습을 찬양한 것이다.


최장집 교수는 한국 정당과 정치인 전반을 지적하며 '책임윤리 이전에 신념윤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2005년 <중앙일보>가 실시한 직종별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정치인 신뢰도는 16%에 불과했다.  이 점은 이 나라에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동시에 갖춘 정치가들이 적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지적한다. 지난 3월에는 최장집 교수가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정치가들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에 헌신하되 그것은 책임윤리, 즉 목적 실현에 효과가 있고 악이라 해도 선을 창출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실용적 인식을 통해 타협되고 조화돼야 한다"면서 "베버가 정치 영역에서는 신념윤리보다 책임윤리를 더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정당과 정치인 전반'을 지적하며 "책임윤리 이전에 신념윤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나라의 정치가들은 이러한 비판을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알아야만 한다. 


베버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 말한 바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지금 이 사회가 진보하기 위해 뚫어야 할 널빤지들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자질과 소양을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들에게서 '책임윤리'는 커녕 '신념윤리'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그들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막스 베버가 주창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그들이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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