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특사 대상자 발표, 대통령에게 약속이란?



'약속은 지키지 마라고 있는거야' 친구들끼리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농담처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박 대통령에겐 진담처럼 느껴지는가 보다. 지난 대선 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도 그 약속들이 어긋나고 있는 까닭이다. 돌아보면 반값등록금,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검찰개혁 등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다. 이쯤되면 박 대통령에게 약속이란 어떠한 의미인지가 궁금해진다.


오늘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을 또 한 번 파기했다. 깨진 약속은 대기업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이다정부는 오늘 횡령과 배임 혐의로 복역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6257면의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했다. 이 중 기업인은 14 명이었다. 특별사면에 일반사면까지 더하면 이번 광복절 사면 대상은 220만 명에 달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지난해 초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최 회장이 2년도 복역하지 않은 시점에서 그를 사면했다. 그에 대한 사면이 경제활성화를 불러올 것이란 이유다.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경제활성화에 연결점이 있기는 한 것일까?


대통령은 대기업 지배주주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지난 대선 당시에만 약속한 것이 아니다. 2013년 1월 26일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은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가 이슈로 떠오르자, 대통령이 직접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외에도 수차례 기업인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광복절 70주년을 앞두고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기업인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불과 몇 달 전 그녀 자신의 입을 통해 사면 이전에 필요하다던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 없이 말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면을 제한적으로 행사했는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 화합과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또 국민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 화합, 경제활성화, 국민 사기 진작이 가능하다면 기업인 사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생각일 뿐, 국민의 생각은 달랐다.



광복 70주년 특사 대상자 명단이 밝혀진 뒤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특별사면기사로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가 묻혔다.", "광복 70주년 기념에 왜 범죄자들을 봐주나.", "광복절 특별사면 제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냐" 


이처럼 국민들은 이번 사면을 화합이 아닌 분열, 사기 진작이 아닌 사기 저하로 보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중 54%가 기업인 사면에 반대했다. 찬성은 35%에 불과했다. 기업인 사면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는 물음에는 41%가 그렇다고 답했고, 52%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인 사면은 이처럼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기업인 사면이 가능하다던 대통령은 오늘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국민과의 약속에 대해선 더 큰 책임이 필요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말,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사죄라도 함이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손바닥 뒤집듯이 공약을 뒤집고, 유불리를 따져가며 자신이 했던 말들을 바꾸고 있다. 그러면서 사과의 말은 없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가 우리나라, 우리국민을 위한 것이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딱 맞는다.


광복절은 우리가 일제의 억압적 통치를 벗어난 뜻 깊은 날이다. 70주년을 맞이한 이번 광복절은 더욱 상징성이 크다. 이러한 날에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헐벗고 굶주린 국민이 아닌 배가 너무 불러 더 이상 불러질 배가 없는, 그럼에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소속기업에 피해를 입힌 경제사범을 '해방'시켰다. 


매번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박근혜 대통령, 그녀에게 도대체 약속이란 무엇일까? 약속은 지켜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적어도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론 그렇다. 하지만 대통령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의 국어사전에 '약속'이라는 단어는 '지키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쓰여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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