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행위자 열전 준비위원회의 성공을 기원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이 말을 가끔 인용하곤 한다. 일제 부역자들 그리고 그들의 자손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으로 살아가는데 반해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은 제 몸 뉘일 자리 하나 없는 참담한 현실을 바라보며. 혹은 일제시대 우리 민족에게 숱한 악행을 저지르고도 여전히 제대로 된 사죄의 말을 하지 않는 일본, 정상국가화를 염원하며 군대를 보유하려는 일본,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을 비판하며.

 

우리는 기억한다. 일제 통치 36년의 통한을, 그리고 민족을 저버렸던 자들의 배신을. 그러나 당시 일제에 부역했던 자들과 그의 후손들은 지금도 이 땅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일본군 장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7년간 해방된 조국에서 (독재로) 대통령을 역임했고, 그의 딸은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제국 의회의 지방의원으로 활동했던 자의 아들은 여당 대표가 됐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몸 바쳤던 애국선열들이 두 눈을 감지 못할 만큼 참담한 지금의 현실은 우리가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한 이유에 있다. 해방 이후 우리는 단 한반도 친일 청산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물론 최근 몇년 사이 <친일인명사전>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친일 청산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친일파 다수가 호의호식하다가 흙으로 돌아갈 만큼 많은 시간이 흐른 까닭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말한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간은 한정돼 있고, 그 시간을 넘어서면 역사를 바로 세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 바로 세우기에도 '골든 타임'과 '데드 라인'이 있다는 것을.

 

 

친일청산은 늦은 감이 있지만 또 다른 청산의 대상이 우리에겐 남아있다. 그리고 이들을 청산할 시간은 아직 늦지 않았다. 해방 후 독재에 부역했던 자들, 헌법을 유린하거나 파괴하고도 지금까지 호의호식하는 자들이다. 이들을 청산하는 것에 있어서 우리는 실패한 친일청산의 역사를 답습해선 안된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의 범죄행위를 기록하고, 이들을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홍구 교수 외 32인으로 구성된 (가칭) 반헌법행위자 열전 준비위원회가 지난달 발족했다. 이들은 광복 이후 헌법을 파괴하거나 유린한 인물들, 내란, 부정선거, 고문 및 조작 등의 행위를 한 자들, 그리고 이를 지시하거나 교사한자, 묵인하고 은폐한 자들에 대한 열전을 편찬하려 한다.

 

친일청산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와 함께 한국 현대사의 '양대 악'이라 할 독재, 반헌법주의자 청산만은 꼭 이루겠다는 다짐이다. 물론 이들은 반헌법주의자를 법정에 세워 심판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도 살아있는 인물들을 역사의 법정, 기록의 법정에 세우고, 이를 통해 그들과 그들의 자손이 친일파가 그러했던 것처럼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만은 방지하려 한다.

 

안타깝게도 열전에 실릴 대상은 한 둘이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과거의 인물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 들어 총리직을 역임한 대다수의 인물들 역시 열전에 실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독재에 부역한 자들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 부역자들이 해방 조국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최근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었던 자들 중 열전에 실릴 것이라 예상되는 자들의 면면을 보자. 대다수가 총리, 장관, 총장을 역임한 자들이다. 먼저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총리였던 김황식 전 총리, 그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사다. 내란음모 혐의는 당시 무기징역이 최고형이었지만 그는 사형을 선고했다. 법관이 정치적 이유로 법을 위반한 셈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초원복집 사건'의 당사자다. 그는 영남 출신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공직자로서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음모를 기획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초원복집 사건'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1980년대 최악의 공안사건이라 불리는 학림사건의 판사였다. 이완구 전 총리는 삼청교육대 창설 당시 핵심 실무자였다.


 

 

이처럼 지난 역사에서 주도적으로 헌법을 유린하거나 파괴, 혹은 그러한 일에 동조한 자들이 지금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으로, 지도격 인사로 남아있는 것엔 문제가 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친일 매국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역사를 뒤바꾸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것이다.

 

일본군 장교이자, 공산주의자, 그리고 쿠데타를 통해 독재자가 된 박정희가 구국의 지도자가 된 것처럼. 이들의 범죄행위를 기록하지 않으면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것이다.

 

친일파 청산에 실패해 발생한 부작용이 지금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것처럼 독재 부역자들을 아직 처벌하지 못한 부작용은 지대하다. 그들은 두 손에 권력을 쥐고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를,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아직 늦지 않았다. 그들 다수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에 반헌법행위자 열전 준비위원회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다만 걱정인 것은 반헌법행위자 열전 준비회가 반대 세력의 방해공작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수록될 인물들은 대다수 현재 권력의 중심에 서 있거나, 과거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자들이다. 이들의 반발을 이겨내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반헌법행위자 열전 준비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 수밖에 없다.

 

친일파가 득세하고, 독재 부역세력이 활개치는 우리의 암당한 현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진 못하더라도 기록을 통해 평가를 통해 처벌해야만 한다.이를 위해선 반헌법행위자 열전 준비위원회의 성공이 필요하다.

 

일찍이 프랑스의 소설가 카뮈는 말했다. "과거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은 미래의 범죄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어쩌면 친일파의 범죄를 용인한 것이 독재세력의 범죄행위를 불러왔는지도 모른다. 독재세력의 범죄행위를 용인하면 그 다음은 어떠할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반헌법행위자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이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리는 일, 이에 동참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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