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금태섭 변호사가 최근 펴낸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이기는 야당, 대안이 있는 유능한 야당을 바란다. 하지만 그 길은 요원하다. 집안 싸움에 여념이 없는 야당을 보면 말이다. 

 

이기는 야당이 되는 것, 좋다. 하지만 단순히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면 이기는 야당이 될 수 없다. 책의 저자인 금 변호사도 그들(새정치민주연합)이 누구를 대변하고, 집권하면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떠한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가 이기는 야당이 되기 위한 선행 조건이다라고 말한다.

 

금 변호사가 이번에 펴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일어난 일들을 복기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지난 실패를 고백해야만 다음에 이기는 법을 생각할 수 있다는 확신에 이번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금 변호사가 복기한 지난 대선의 일들 중에는 이미 언론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의 개인적인 기록을 모두 신뢰할 수는 없지만, 지난 대선 당시의 여러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그가 밝힌 사건의 전모에 어느 정도 신뢰가 간다. 단일화 협상의 실패, 안철수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 등에 얽힌 얘기들이 특히 그렇다.

 


안철수 후보와 안철수 캠프는 준비가 부족했다.

 

책을 들여다보면 안철수 후보는 당시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 변호사는 안철수 캠프 자체가 준비되지 않은 선거 캠프였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우리가 준비도 부족했고 역량도 부족했고 선거를 치르다보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는 건데 해결을 못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에 대해 기대헸었다. 지금도 그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하더라도 안 후보는 준비된 대선 후보가 아니었다. 


2012년 필자의 모교를 방문했던 안 후보는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정당도 없다.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는 답을 한 바 있다. 스스로 준비가 부족한 후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대선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도 대선 과정의 약점이 될 부분 그리고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원활한 국정운영의 저해 요소가 될 부분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후보를 우리는 준비된 후보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비선라인, 소통 부재와 불투명한 메시지 과정, 후보의 독단이 문제였다.


금 변호사의 책을 보면 안철수 후보의 실패는 당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 내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었던 이유다. 소통 부재와 불투명한 메시지 생성과정, 비선라인의 문제, 결단력이 부족했던 안 후보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선 과정 뿐만이 아니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히 안 후보의 독선은 큰 문제가 됐다. 

 

금 변호사에 따르면,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결단력 없는 모습, 그리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였다. 갑작스런 사퇴를 표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캠프 관계자들과 사퇴에 대해선 한 마디 상의도 하지 않다가, 사퇴 발표 30분 전 일방적인 선언을 했다.

 

마찬가지로 대선 이후 새정치연합을 창당하던 때도 창당이 막바지에 이른 순간, 독단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을 결정했다. 당시 이 모습을 보고 윤여준 전 장관 등 많은 사람이 '정당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며 안철수의 곁을 떠났다.

 

금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이 같은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결정의 배후에는 비선라인이 존재 한다고 한다. 비선라인의 수장 격은 안 후보의 친구인 박경철 원장이었다고 하는데, 박 원장이 얼마 만큼의 영향을 주었는지는 몰라도 자신을 지지하고 따라준 사람들, 같은 동지로서 창당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던 사람들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안 후보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금태섭 변호사는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 캠프는 보안을 빌미로, 제대로된 소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거활동을 위한 메시지가 어떠한 절차를 걸쳐 누구에 의해 쓰여지는 지를 상황실장이던 금 변호사도 알 수 없었다니 문제는 심각했던 것 같다.

 

일례로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겠다는 발표도 그랬다.고 한다 당시 안 후보의 국회의원 축소 공약은 국민들의 정치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발표 직후에도 누구에 의해 이러한 공약이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훗날 드러난 것에 따르면, 이 공약은 비선라인이였던 박경철 원장의 작품이었다.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합당'은 섣부른 선택?


금 변호사는 안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일방적인 사퇴를 결정한 것 뿐만 아니라, 2014년 민주당과 섣부르게 합당을 결정한 것 역시도 잘못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 좀 더 나은 정치를 바란 국민의 염원이 담긴 것이었다. 이러한 염원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사퇴를 결정한 안 후보의 선택은 누가봐도 패착이었다. 


더구나 필자의 모교를 방문했을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냐?"라는 질문에 안 후보는 자신은 국민이 선출한 후보이기에 그럴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말은 쉽게 바뀌었다. 그는 국민이 선출한 후보라는 말을 배신한 채 독단적으로 사퇴를 결정했다.


차라리 안 후보가 일방적 사퇴가 아닌 문 후보와의 합의된 룰에 의거, 단일화 과정을 밟았다면 어떠했을까? 지난 역사에 대한 가정은 위험하나, 그랬다면 승패의 결과를 떠나 단일화는 적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정권교체를 가능케 했을 수도 있다.

 

그간 안철수 전 후보가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안 전 후보는 '이기는 야당'을 만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으로 보인다. 지금 목도하듯이 '안철수 현상'은 한 줌 재로 사라진 지 오래다. 안철수 의원이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할 것이라면, 지난 짧은 기간 정치가로서 그가 걸어온 길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기는 야당이 되기 위한 조건'


금 변호사는 이번 책을 통해 이기는 야당이 되기 위한 방법 역시 제안했다. 방법은 4가지다.


 

첫째, 경쟁하는 야당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일어난 김현 의원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 그리고 최근 윤후덕 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새정치민주연합은 동료 의원에게 관대하다. 동료의 잘못을 꾸짖기보다 잘못을 두둔하기에 바쁘다. 금 변호사는 이러한 모습이 잘못된 것이라 말한다. 그는 내부를 향해서도 비판할 줄 아는 야당이라야 국민에게 지지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다음 대선 승리를 위해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이 연대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은데, 이보다는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가 연대하는 분위기에선 책임소재를 미룰 가능성이 높지만, 경쟁하는 분위기가 되면 이들이 보다 나은 모습을 갖기 위해 분골쇄신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우리의 삶에서도 그러하듯이 정치에서도 경쟁은 더 나은 대안, 더 나은 모습을 도출하는 촉매제가 된다.


둘째, 의제 설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금 변호사는 야당이 대안을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나 여당에 비해 조직이 미약한 까닭이다. 정부와 여당은 숱한 공무원들과 정부 조직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통해 매 사안에 대한 대안을 만든다. 반면 야당은 당내인사, 재야인사가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전부다.


이 때문에 야당은 주로 비판에 몰두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국민들의 시선에 탐탁치 않다. 비판 역시 필요하지만 야당이 해야 할 일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의제를 설정하는 능력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의 출발이 됐던 무상급식 논쟁이 좋은 예다. 야당은 이러한 의제 설정을 통해 그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셋째, 20대 위원장이 있는 청년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정치권에 몸담아,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청년을 키우는 것은 야당의 미래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또한 젊은이들은 야당에게 역동성과 도전성을 심어줄 것이다. 금 변호사는 40대, 50대 청년위원장이 아닌 20대 청년위원장의 임명, 그리고 젊은 피를 수혈해 야당이 더 젊어질 것을 주문한다.


넷째,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야당이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느끼는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은 제1야당이라는 기득권에 안주해왔다. 금 변호사는 이를 타개해야한다고 말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것이 보다 새로운 가능성, 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김대중 전 대통령,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힘쓴 바보 노무현이 그러했다. 이들이 국민에게 사랑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작 반성해야 할 것은 금태섭이 아닌 안철수와 문재인이다. 


금태섭 변호사의 책이 발매되자, 이를 두고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총선 출마용이라는 평이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한때 안철수 캠프의 상황실장이던 금 변호사가 안철수 의원과 자신이 소속됐던 캠프의 무능을 고백한다고 해서 그의 향후 진로에 어떠한 도움이 될까.

 

나는 이번 책이 금태섭 변호사의 반성문 격이라고 봤다. 반성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 조직을 더욱 발전시키는 법이다.이전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한 발 더 발전하는 토대가 된다.

 

사실 반성이 필요한 것은 금태섭 변호사가 아닌 안철수, 문재인 두 의원이다. 지난 대선 야권의 후보였던, 그리고 다음 차기 대선에서도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안철수, 문재인 두 의원. 이들이 반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일 것이 뻔하다.

 

많은 사람들이 금태섭의 이번 책을 안철수 의원을 '디스'하기 위한 것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금태섭은 안철수와 문재인이 가야할 길을 비추어주었다. 처절한 반성과 그를 통한 발전. 안철수와 문재인 두 정치인도 금태섭 변호사를 볻받아 지난 대선의 실패를 고백하고 이기는 방법을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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