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를 조장하는 우리 사회.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현실에 대한 불만은 폭력을 부르는 중추적 이유 중 하나다. 자기자신이 초라하고 나약하게 보일 때, 그래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열등감을 느끼게 될 때,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현실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여러 번 '묻지마 범죄'가 일어났다. 이 사건들의 면면을 보면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폭력의 기초가 됨을 체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2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부근에서 김 모 씨가 전 직장동료 두 사람을 흉기로 찌른 뒤 도주하다가 추가로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었다. 김 씨는 직장에서 동료들의 험담을 이기지 못해 그만둔 뒤 새 직장을 얻었지만, 여기서도 적응하지 못해 퇴사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비관했고, 이는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충남 보령에서 택시기사에게 별 이유도 없이 흉기를 휘둘렀던 ㄱ 씨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는 수년 전 사고로 왼팔을 잃고, 최근 동생과 형을 잃으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열등감에 가득 차 있었다. 엊그제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에 부탄가스 테러를 한 중학생도 다르지 않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지내기 불편했다. 혼내주고 싶었다."라며 자신이 다니던 학교를 찾아 부탄 가스 테러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세 사람 모두는 현실에 대한 불만, 그리고 여기서 기인한 열등감에 의해 폭력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유로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해까지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163건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피의자의 직업은 무직이 62%, 일용직이 19%이며, 그들 다수가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열등감, 삶에 대한 자포자기가 범죄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유야 어떠하든 이들의 범죄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타인에 대한 폭력행위는 처벌돼야 할 범죄다. 하지만 이들이 이러한 범죄에 이른것은 그들 개인만의 책임은 아니다. 열등감을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 역시 책임이 크다. '1등만을 대우하는 세상',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며 남보다 강해지라 주문하는 사회', 약자를 짓밟고 강자만을 대우하는 우리 사회의 맨 얼굴은 열등감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폭력으로 내달리게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자신을 향한 극단적 폭력이라 할 자살, 타인을 향한 극단적인 폭력이라 할 '살인' 이나 '폭행'으로 귀결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날로 늘어가는 '묻지마 폭행사건'의 발생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증명하는 지표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먼저 열등감을 조장하고 개인을 좌절하게 하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개인은 남과 나를 비교함으로써 가지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아닌,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내가 되겠다는 자세, 그리고 이를 통해 만족감을 느낄 줄 아는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줄 세우기 경쟁을 그만두고, 남보다 나은 네가 되라는 주문을 멈춰야 한다. 약자를 짓밟고 강자 앞에선 꼬리를 흔드는 문화도 청산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등감이 좌절로, 적개심으로 바뀌도록 방치하는 우리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한 번의 실패는 영원한 실패로 귀결된다. 이러하니 '자포자기'하며 폭력이라는 이름의 적개심을 표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를 타개하려면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되고 경쟁 위주의 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모두가 삶에 대한 열등감, 좌절,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의 열등감, 좌절이 폭력으로 귀결되는 사회만큼 불행한 사회도 없다. 불행한 사회는 불행한 개인을 만든다. 행복한 개인이 많은 사회, 개인의 좌절이 폭력으로 귀결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과 실패한 개인들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현실에 대한 불만이, 단 한 번의 실패가, 지울 수 없는 폭력으로 귀결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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