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돌고래호 침몰,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약속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개혁과 대변혁을 만들어 갈 것이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또 한 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난 까닭이다. 


사건은 지난 9월 5일 일어났다. 제주 추자도 남쪽 해상에서 21명의 선원 및 승객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돌고래호가 침몰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3명의 생존자를 제외한 승선자 모두가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돌고래호 침몰 사건은 정부의 무능과 안전 불감증이 빚은 참사라는 점에서 세월호 사건과 똑 닮았다. 




먼저, 돌고래호 침몰 사건에선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탑승자 명단 관리의 미비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당시 중앙대책본부는 처음에 탑승자가 476명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이후 477명, 459명, 462명, 475명, 476명으로 바뀌었다. 탑승자 명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탑승 수속의 허술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세월호 참시 당시 탑승자 명부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숱한 비판을 들었던 정부지만, 500여 일이 지나 발생한 돌고래호 침몰 사건에서도 정부는 탑승자 명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돌고래호가 출항할 당시 제출한 승선 인원은 22명이었지만, 실제 탑승자 수는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추정하고 있는 바로는 명단이 제출된 승선인원 22명 중 4명은 배에 타지 않았고, 명단에 없는 3명이 추가적으로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이에 근거해 돌고래호 탑승 인원이 21명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추정에 불구하다. 


현행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르면 어선이 출항과 입항을 할 때 승선한 인원의 명부를 출입항신고기관 장에게 제출하게 돼있다. 하지만 제출의 의무는 있되, 기관장이 이를 점검(확인)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실제 승선자 인원을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허술한 승선자 명부 파악 법령은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작업에 적지않은 혼선을 가져다 주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진작 관련 법령을 바꿔야만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뒤 많은 것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는 이를 바꾸지 않았고, 이는 다시 한번 실종자 수색에 혼선을 주는 원인이 됐다.





둘째, 정부는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을 해체하고 안전 전담 부서인 안전처를 신설하는 등의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해경을 끌어 안으며 등장한 안전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그 본위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무능이 여실히 드러났다. 


해경(추자해양안전경비센터)은 지난 9월 5일 8시 40분 경 다른 낚시 어선으로부터 돌고래호가 통신 두절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지 23분이 지난 오후 9시 3분에서야 이를 해경 상황센터에 보고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도 그러했던 것처럼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 시간 동안 해경은 조속히 구조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돌고래호 승선자에게 핸드폰 통화를 시도하는 등의 '헛발짓'을 했다. 더욱이 통화가 된 사람은 승선자 명부에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배에 탑승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지난 세월호 당시 해경은 미숙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체됐다. 당시부터 해경이 안전처에 편입되면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냐, 간판만 바뀌는 셈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부는 이를 강행했다. 그리고 이제는 안전처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 셈일까? 안전처를 해체하고 간판만 다른 기구를 또 한번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셋째, 이번 사고의 과정에세 우리 국민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돌고래호의 생존자와 사망자 대부분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발견됐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르면 낚시어선업자 및 선원은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승객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해야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승선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하지 않았다. 구명조끼가 비에 젖어 있었던 이유다. 


구명조끼는 사람을 부력으로 띄우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조끼 주머니에 호루라기나 조명탄과 같은 구조요청 장비가 들어있다.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전복된 돌고래호 위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이 실종됐고, 생존자들 역시 구조를 기다리며 10시간 가량 서로의 몸을 묶은 채 고난의 시간을 감내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호루라기나 조명탄을 이용해 더 빨리 구조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실종자 수 역시 지금보다 더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비극이다.

 




돌고래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라며 "선박의 안전검사는 서류와 구두로만 이루어졌고, 정확한 승신인원은 파악되지 못했으며, 해양경비안전센터의 늑장 대응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돌고래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9월 5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08일 째 되던 날이었다. 지난 508일간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목소리를 내며 대책을 세워왔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은 또 다시 발생했다. 정부는 여전히 무능했고, 우리 국민은 안전에 무감각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말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다가오는 재난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낭패를 본 경우 쓰는 말이다. 지난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 그러한 점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더욱 위중하다. '한번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격'이니 말이다. 


정부는 그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라는 주문을 숱하게 받아왔다. 스스로 그러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주문을 '소 귀에 경 읽듯'이 받아들인 모양이다. 아니면 세월호 참사와 쌍둥이같은 돌고래호 침몰사건이 일어날 리 없다.


이번 돌고래 호 침몰 사건에서 생존자들을 구한 것은 국가가 아닌 이웃(민간 선박)이었다. 정부보다 민간의 역할이 컸던 셈이다. "해경 함정이 멀리 지나가는 게 보여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불빛도 비추지 않고 가버렸다"는 생존자의 증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어떠한 것인지를 생각토록 한다.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기초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이번 돌고래호 침몰 사건에서도 이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부에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역할에 다하라고 질책한다면, 과도한 것일까? 


아니다. 나는 오히려 세월호 당시보다 더 심한 질책과 비판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그러해도 쉽사리 바뀔 정부가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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