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그리고 이 대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특정한 세력이 과거와의 대화를 독점하면 역사는 왜곡되며 삐뚤어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최근 현행 역사 교과서 체제를 국정 교과서로 뒤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그들이 독점하겠다는 것인데, 그간의 정황을 보면 이것은 결국 한국사 교과서의 우경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그들은 그간 교학사 교과서, 대안 교과서(근·현대사)를 펴내며 역사를 우경화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그러한 작업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국정 교과서화라는, 역사를 제 입맛에 맞도록 조작하기 위한 극단적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선 이미 국민적인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대 역사 전공 교수 30여명과 역사 교사 2000여명이 국정화 반대 의견을 밝혔고, 지난 4일엔 독립운동 단체들도 이러한 입장에 가세했다. 전국 교육감 14명이 국정교과서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국정 교과서 추진에 있는 듯 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가면서도 끝내 국정 교과서화 포기를 선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 여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식으로 시간을 끌다가 기습적으로 국정 교과서 발행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은 집권 세력의 의지에 따라 역사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역사학자들은 반대 선언을 통해 "친일·독재의 역사와 무관치 않은 세력이 벌이는 역사 세탁 작업'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지금 국정 교과서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고, 그 의도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굳이 국정 교과서를 추진해야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면 더더욱 그 의도가 의심된다. 


국정 교과서가 집권 세력에게 가져다주는 이로움, 그리고 국민에게 가져다주는 폐악은 과거 국정 교과서를 발행했던 '박정희, 전두환 정권' 당시의 한국사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1974년 발행된 중학교 국사 교과서를 보자. 이 책에서 5.16 쿠데타는 4.19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한 것이라 쓰여져 있다. "4.19 의거가 독재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혁명이었다면, 5.16 혁명은 혼란과 공산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혁명이었으니, 5.16 혁명은 4.19 정신의 계승이요, 발전이었다." 


1982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보자. 여기서 제 5공화국은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힘쓴 정권으로 쓰여져 있다. "제 5공화국은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비능률, 모순, 비리를 척결하는 동시에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민주복지국가 건설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5.16 쿠데타가 4.19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한 것이고, 제 5공화국이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정권이던가?




국정 교과서는 이처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조작된 역사를 기술하고, 국민을 세뇌화 시키는 수단 중 하나였다. 북한이 여전히 국정 교과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런데 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려는 것일까? 북한 등 (정치) 후진국에서나 채택하고 있는 국정 교과서 체제, OECD 회원국 중 어느 국가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 국정 교과서 체제를 말이다. 그들의 뿌리를 미화시키려는 속셈일까?


그들의 속셈이 어떠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국정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현직 역사교사 1010명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 결과 98.6%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다.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원 2만 4195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조사에서도 응답자 1만명 중 77.7%기 반대의견을 표했다. 교육 현장의 반응이 이러하니 더 이상 한국사 국정 교과서화를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획일적인 역사 교과서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정의에 위배된다. 그리고 국정 교과서 도입은 역사를 "과거와 현재 집권 세력의 대화"로 전락시키며, 특정 세력의 역사를 보편적인 역사로 만들 것이다. 국정 교과서의 폐해는 이미 지난 독재 정권 당시 충분히 입증됐다. 그러한 폐해가 있음에도 국정 교과서 체제의 도입를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면, 이들은 국민에겐 폐해가 됐지만 집권 세력에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던 지난 독재시절의 국정 교과서 체제를 그리워하는 자들이다. 이들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시키기 전에 국정 교과서 체제 도입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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