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헬조선'에 상륙해 있는 걸까?

'저 국민입니다. 대통령 좀 비판해도 되겠습니까?' 이와 같은 물음에 정부당국의 허가가 떨어져야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리자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준 이유로 8개월간 구속을 당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왕을 욕하면 능지처참을 당하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이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 비판 전단 뿌리면

8개월간 구속되는 나라.

 

지난 2월 새누리당 대구시당 부근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박성수 씨는 몇 장의 비판 전단을 뿌렸다는 이유만으로 8개월째 구속돼있다. 통상 명예훼손 사건은 피해자(박 대통령)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달랐다. 수사당국은 집요하게 박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지난 2월 이후 그를 체포하기까지 경범죄 처벌법 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명예훼손 등으로 혐의를 바꿔가며 박 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4월 그를 체포하는 강수를 뒀다. 법원은 3차례, 각 2개월씩 그에 대한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 4월 경찰에게 체포되기 전 박 씨는 경찰의 과잉수사에 대한 항의로 대구 수성경찰서 인근에서 개사료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가 손에 든 개사료 봉지에는 '민중의 개사료, 정권에 꼬리 흔들기 수사에는 개사료 아낌없이 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정부당국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검경은 그에게 무리한 법 적용을 감행했다. 특히 검찰은 1심 재판에서 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할 예정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면 징역 3년이 구형되는 나라,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 무죄선고,

박성수 씨도 무죄선고 예견된다.

 

지난 17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의혹을 칼럼으로 다뤘다가 검찰에 의해 기소됐던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가토 다쓰야는 박성수 씨와 마찬가지로 사라진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 씨가 만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상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30부는 어제 가토 다쓰야에 대해 '기사 내용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나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칼럼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보다 대통령이라는 공인과 공인의 업무에 대한 비판, 사라진 7시간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유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경은 그간의 지적처럼 '언론(표현)의 자유 탄압국'이란 오명을 얻게 할 망동을 서슴지 않았고, 그 결과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 

 

가토 다쓰야에 대한 무죄판결은 공인, 그중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일반인에 대한 비판과 달리 관용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예견돼 있었던 일이었다. 법원은 그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선 명예훼손죄나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대법원은 정치인이나 정부정책에 대해선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없다고 판결해왔다. 이 점에 비추어보면 박성수 씨의 1심 판결도 무죄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수사당국의 과잉수사,

표현의 자유 위축되는 효과 노리나?

 

일반인도 알고 있는 대법원의 이 같은 판례를 수사당국이 모를 리 없다. 국제적으로도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적 징벌은 사라져 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당사자들을 무리하게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기소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느낄 고통,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될 국민들을 생각하면, 검경의 무리한 수사가 이 나라에 도움될 것 하나 없는데 말이다.

 

검경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 시민들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건 그들을 본보기로 정부에 비판적인 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이를 통해 박성수 씨가 퍼포먼스를 통해 주장한 것처럼 정권이 주는 '사료'를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정권에 충성했다는 이유로 내려지는 진급과 출세라는 '사료' 말이다. 바로 이들 검경에 의해 오늘 대한민국 헌법에 기재된 '표현의 자유'는 '헬조선'에 상륙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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