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테러방지법 내용 살펴보니.

* 이 글은 2016년 3월 3일에 쓰여진 것입니다.

 

한겨레

 

 

본회의 통과한 테러방지법 살펴보자.

 

9일 동안 이어진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190여 시간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괴물 국정원의 탄생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테러방지법을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테러방지법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순종닷컴

 

 

어제 통과된 테러방지법의 정식 명칭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입니다. 지난 2월 23일 주호영 의원이 대표 (수정)발의했고 156명의 의원들이 찬성햇습니다. 테러방지법의 목적은 수정안 제1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테러의 예방 및 활동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과 테러로 인한 피해보정 등을 규정함으로써 테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및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명목상의 취지는 좋습니다. 드러난 취지대로 테러방지법이 시행된다면 반대할 이유는 커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법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김순종닷컴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행사 방해하면, 테러??

 

먼저 테러방지법 2조 1항에 명시된 테러의 정의가 모호합니다. 테러방지법 2조 1항에서 테러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정부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2조 1항 가에서는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는 경우"도 테러로 규정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시위를 할 때 그들을 제지하는 국가(경찰)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경우입니다. 국가의 '권한행사'를 반대해왔던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시민들과 제주도 해군기지 설치 반대 시민들도 테러를 저지른 것이라 규정될 수 있습니다.  

 

 

김순종닷컴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유'있다면 테러위험인물??

 

2조 3항에 명시된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규정도 모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테러방지법 2조 3항에서는 '테러위험인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 기부 기타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자"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문구입니다. 이는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로 의심할만한 사유가 있다면, 의심을 받는 당사자는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되니 말입니다. 

 

 

김순종닷컴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민감정보까지 수집??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심받은 당사자는 국정원에 의해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상황마저 감내해야 합니다. 국정원에 의한 추적과 사찰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럼 국정원은 테러위험인물로 의심되는 당사자의 어떠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을까요? 테러방지법 9조에 그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테러방지법 9조 1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하여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테러 방지법 9조 3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개인정보(개인정보보호법상의 민감정보 포함)와 위치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와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민감정보'란 개인정보보호법 23조에 명시된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말합니다.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로 의심하면, 개인의 사상과 신념은 물론 정치적 견해, 성생활에 대한 정보도 수집당할 수 있고, 휴대폰 도·감청과 위치정보 수집도 가능해집니다.

 

의심 하나로 소위 뼛 속까지 털릴 수 있는 셈입니다.

 

 

김순종닷컴

 

 

테러방지법 부칙도 문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테러방지법의 부칙도 문제입니다. 부칙에서는 다른 법률, 즉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통신비밀보호법'의 일부를 개정토록 했습니다.

 

부칙 2조 1항에선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1항과 4항을 수정하도록 했는데, 간단히 말해 테러위험인물로 의심되는 자의 금융자료를 금융분석원장이 국가정보원장에게 제공토록 한 것입니다.

 

부칙 2조 2항에선 통신비밀보호법 7조 1항을 수정토록 했는데, 테러위험인물로 의심되는 자에 대한 통신기록을 국가정보원장에게 제공토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감청을 위해선 고등법원 판사의 허가나 대통령의 서면 승인이 필요합니다만, 어떤 판사가 국정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순종닷컴

 

 

1명의 보호관??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테러방지법은 개인의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 내용이 잔뜩 담겨있습니다. 이 때문에 테러방지법 7조에선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간 국회 정보위도 컨트롤하지 못한 국정원을 단 1명의 인권보호관이 해낼 수 있다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한겨레

 

 

위헌법률심판, 유의미할 수도 있다.

 

살펴본 것처럼 테러방지법은 국가의 권한행사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테러행위를 규정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언제든지 멀쩡한 시민이 테러위험인물로 탈바꿈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러위험인물로 지정되면 국정원은 그 사람의 통신기록은 물론, 금융기록, 위치정보, 사상과 신념,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10조부터 37조에 걸쳐 국민의 기본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18조는 통신의 비밀을 보장합니다. 심지어 헌법 37조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국가가 보장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테러방지법은 우리 헌법에 부합하는 법률이 아닙니다.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은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법률로서의 권한을 박탈할 수 있습니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유의미할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입니다. 이러한 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린느 테러방지법이 어떻게 국회에 상정됐고, 통과됐는지를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이 법을 만든 사람, 찬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바로 이들에 의해 갖은 불법과 조작을 저지른 국정원이 엄청난 권력을 지닌 괴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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