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처벌법 합헌, '도덕적 근본주의'라는 위선

※ 이 글은 2016년 4월 1일에 쓰여졌습니다.

 

ⓒ 뉴스토마토

 

성매매처벌법 21조 1항, 합헌 결정.

실존보다 도덕이 우선인가.

 

어제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이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을 6 대 3 의견으로 합헌결정했습니다. 21조 1항의 내용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는 것으로 성을 판 사람과 성을 구매한 사람 모두를 처벌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헌재는 어제 결정문을 통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 건전한 성 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견줘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회의 문화적 구조와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

 

저는 헌법재판소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기존의 성 노동자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 그렇게 된다면 성 노동자들이 힘든 성 노동을 감내하려 할 리 없고, 성매매 산업도 규모가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지게 될 겁니다.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좀 더 건전한 곳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성 노동자들 모두의 삶을 보장해줄 수 없고, 해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성매매처벌법 도입 후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후에도 성 노동자들을 국가나 사회가 보살피긴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되기 전인 2002년 여성부는 한국의 섹스 산업 규모가 24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당시 한국의 성 노동자 수를 33만으로 추산했고, 학자들은 실제 150만 명의 성 노동자가 존재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성매매산업은 규모가 크고 뿌리도 깊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회 정화를 위한 것이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청년 실업률이 12%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신들의 생계수단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가며 이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치해줄까요? 아닐 겁니다.

 

ⓒ 여성신문

그럼에도 헌재는 이들에게 생계수단을 버리고 우리사회의 건전성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도덕적 문제에 눈이 먼 나머지 성 노동자들의 실존의 문제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간 성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한데, 그 지원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아십니까? 2004년 <한겨레21>에 실린 집창촌 종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것이 지원인지 감금인지 다소 헷갈립니다. 당시 기사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정부에서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한달에 10만 원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이게 바로 성급하게 법을 추진했다는 증거다. 10만원 갖고 한 달을 생활해봤나? 못한다. 많은 빚을 져서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여성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성매매 시장에 진출한 여성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달에 300만 원 이상 버는 아가씨들도 많다. 그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갑자기 수입이 줄었다. 그럼 어떻게 하나. 자신의 목표를 세워놓고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와서 그 꿈이 깨질 판이다. ...(중략)... 우리의 직업은 사적인 영역이다. 왜 하지말라고만 하나. 우리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달라. 보호시설은 절대 못 간다. 평소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며 자유롭게 살던 여성들이 교도소 같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나. 보호기간이 끝나면 사회에 나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나는 자신 없다. 원하는 여성들만 그런 시스템으로 보호하라. 다른 아가씨들은 제발 가만히 나둬라'

 

집창촌 종사자의 증언에 따르면 국가의 지원이란 그들에게 매달 10만 원을 지급하며 교도소와 같은 곳에서 직업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이런 생활을 감내하라는 것, 타당한 일일까요?

 

또한 그들이 보호시설을 거쳐 사회에 나오게 되면 보호시설에 수용됐던 기록은 나쁜 이미지를 그들에게 부여해 삶을 더욱 힘들게 할 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니며 그렇기에 기존의 통념이나 윤리도 모든 인간의 삶을 규정하기엔 미흡합니다. 단 하나의 도덕으로 모든 삶을 통제하며 사회를 도덕적 무균실로 만들려는 시도는 누군가의 삶을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어제 판결에서 헌법재판관 6명은 이 점을 잊고 있었습니다. 실존이 도덕에 앞설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 스포츠동아

성매매처벌법, 음성적 형태의 시장만 키웠다.

 

이번 헌재 판결엣 조용호 재판관은 전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매매산업은 근절되지 못했고, 음성적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그간 전통적 성매매 업소가 각종 단속으로 위축되는 동안 출장마사지, 노래방, 오피, 키스방 등 변종 성매매업이 기승을 부려왔습니다. 주택가에서마저 성매매가 일어나고 있으며, 해외 원정 성매매도 늘었습니다. 이처럼 음성화된 성매매업은 성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그들은 포주나 기도, 동료가 없는 곳에서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폭력에 노출돼 있습니다.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또 한번 집창총 종사자의 증언을 참고해 보겠습니다.

 

'이제까지 범죄는 미아리, 청량리, 영등포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주로 출장안마, 노래방 도우미 그런 쪽에서 일어났어요. 유영철 사건 보세요. 그렇게 음성적으로 파고들다보면 오히려 죽어가는 여성, 피해 보는 여성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경찰도 더 피곤해져요'

 

사회를 좀 더 도덕적인 곳으로 만들려는 시도, 명분에는 동조합니다만, 실존의 문제도 소홀히 할 순 없습니다. 때론 도덕을 추구한다는 미명 아래, 성매매처벌법처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곳에 위치한 자들, 그렇지 않아도 바닥에 있는 자들을 더욱 위험하고 약한 곳에 위치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국제엠네스티는 성매매를 비범죄화하자는 결의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들은 성 노동자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소위된 자들 중 하나이며 끊임없는 차별과 폭력, 학대의 위험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성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성 노동을 비범죄화하고 이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 뉴시스

성매매 나도 반대다. 그러나 위선은 부리지 말자.

공창제나 면허제 도입이 대안이다.

 

성매매의 만연은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처럼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해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150만 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의 밥줄을 끊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 일부 구성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생계수단을 없애겠다는 것도 폭력적이지만, 법 하나로 인류의 역사만큼 오랜 기간 이어져온 성매매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것도 무모합니다.

 

이미 성매매처벌법은 실패한 법으로 판명났습니다. 지난 10년간 성매매가 근절되지도 못했고, 이를 통해 성 노동자들의 상황이 개선된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도덕을 운운하며 해결책이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도덕을 내세운 위선이며, 소수의 인권을 외면하는 비도덕적 태도입니다.

 

현실과 이상이 부합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중간에서 적절한 타협책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매매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불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0년, 독일은 2001년, 뉴질랜드는 2003년 각각 성매매를 합법했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공창제나 성 노동자들에게 면허를 주는 면허제 도입이 그들이 택한 방법입니다.

 

이후 이들 나라에선 국가의 관리 아래 성매매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산업을 관리하자 비자발적 성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게 됐고, 범죄조직과 성 노동자들의 연결고리가 끊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됨은 물론이고, 이들은 노동자로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의 모습을 본받는다면 어떨까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아닐까요? 오늘 도덕적 근본주의를 고수하며, 우리 사회의 약자적 위치에 있는 성 노동자들에게 또 한번의 굴레를 씌운 헌재 재판관들은 성 노동자들의 이 같은 외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외침을 마지막으로 글을 끝맺습니다.

 

"아저씨, 우리가 몸 팔고 싶어 파는 줄 알아요? 상황이 절박해서 막다른 길목에서 최후 선택을 한 거고, 돈이 되니까 저는 사실 후회도 없어요. 나 하나 희생해서 우리 집에 웃음꽃이 피어나는데, 나는 더한 일도 할 수 있어요. 책상 머리에 앉아서 우리를 범법자, 살인자로 만들지 말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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