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유치논란으로 돌아본 지역 이기주의 :: 김순종닷컴

신공항 유치논란으로 돌아본 지역 이기주의

* 이 글은 2016년 6월 24일에 쓰였습니다.

 

'우리가 맛있는 식탁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각자가 추구하는 이기심의 발현 때문이다' 이 말은 애덤 스미스 박사가 쓴 <국부론>의 유명한 문구 중 하나로 누구나 한 번쯤 접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애덤 스미스 박사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가 가진 이기심에 의해 많은 혜택을 받습니다. 분업이 가중된 사회에서 각자의 이기심에 근거한 경제 행위가 없다면 좋은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겠죠. 적절한 이기심은 우리네 삶을 풍족하게 합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 박사도 말했듯이 인간의 이기적 행위가 무한 긍정의 대상인 것은 아닙니다. 그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허용돼야 하며 그래야만 개인과 사회가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 이기심이 타인에게 공감의 대상이 되지 않을 때, 심지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때 많은 폐해를 낳게 됩니다. 지역이기주의라 할 님비현상(자신의 지역에 기피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이나 핌피현상(수익 시설을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The Fact

 

김해 공항 확장안, 옳지만 헛된 공약 사과 필요

 

지난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습니다.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죠. 그간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두고 정치권을 비롯, TK, PK 지역의 갈등이 격화돼왔는데, 이번 결정은 그간의 갈등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선택은 옳습니다. 물론 정치권이 지역주민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포퓰리즘적 공약을 남발한 것은 문제이지만, 국가 전체를 생각하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정부 예산을 절약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은 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김해공항이 사실상의 신공항이라는 희한한 주장을 하는 청와대나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에 박수를 쳐줄 수는 없습니다. 헛된 공약으로 국민적 갈등을 불러오고, 지역주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긴 그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조속히 사과함이 옳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러한 공약선거마다 남발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이 됐지만 국가 채무를 대폭 늘리고 자연환경을 파괴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재개발 공약을 남발하며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그 모든 약속을 허투루 돌렸던 국회의원들, 그들의 헛된 공약의 배경엔 무엇보다 우리 유권자들의 '한탕주의', '황금만능주의'가 있지 않았던지를 말입니다.

 

ⓒ 서울신문

 

우리 지역이 잘 사는 문제만 시급할까?

 

일례로 2010년 한나라당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사는 곳의 지역구 의원은 우리에게 LH 공사 본사를 우리 지역에 유치한 것을 자랑하며 자신이 국가 균형발전에 공헌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줬는데요, 알고 보니 그는 제가 사는 이 곳보다 더 낙후된 전주와 경쟁해 LH 공사 본사를 유치한 것이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발전이 더 필요한 곳은 전주일텐데 말입니다.

 

그때 저는 '우리 지역에 혜택을 가져오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내가 사는 곳의 발전이 곧 국가 균형 발전이다'라는 우리 이웃의 이기심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 갈등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 논란에서 지역 이기주의를 목격합니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김해공항에 새로운 활주로를 깔고, 연 2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을 신설하는데 총 4조 3664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6조 1천 16억 원, 가덕도의 경우 10조 6천 929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이 모두가 혈세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곳을 선택하는게 더 현명할까요?

 

물론 저 역시 경남 지역 거주자 중 한 명으로 가까운 지역에 신공항이 건설되기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사 과정 중에 일어날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사 과정 중에만 12조 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일어날 것이라죠? 그러나 무리하게 혈세를 투입해 내 지역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은 우리 지역만을 위한 이기심입니다.

 

ⓒ 오마이뉴스

 

무지의 베일을 활용하자.

 

우리는 공감받지 못한느 이기심은 지양해야 한다던 애덤 스미스 박사의 주장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야 신공항 유치는 지역주민들의 바람이며 공감받을 이기심이지만, 무리한 혈세 투입은 다른 지역 거주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니까요.

 

사람이란 본디 이기적인 존재이며, 이 때문에 사안을 판단할 때 이기심에 의해 본질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의 이기심을 차단하고 합리성에 근거한 판단을 하기 위해 존 롤스가 주장한 '무지의 베일'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이해관계에 눈을 감고 합리성만으로 사안을 판단하게 하는 '무지의 베일' 말입니다.

 

무지의 베일을 활용하면 이번 신공항 건설 논란에서 나 자신, 내가 사는 지역구가 아닌 국가 전체의 장래를 위해 무엇이 현명한 결정인지 분명해집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렇다고 헛된 공약을 남발하고 김해공항 확장안이 신공항임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용납되는 건 아닙니다. 그들은 그간 자신들의 공약에 의해 지역갈등이 고조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지역주민들이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한 것에 사과해야 합니다. 왜 김해공항 확장안이 채택돼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지역주민의 이기심을 부추기며 지역 갈등과 허탈감을 안긴 주범이 그들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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