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님, '언론 없는 정부'를 바라세요?

* 이 글은 2016년 7월 4일에 쓰였습니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고 했다. 언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된 후 마음을 바꾸었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의 행태를 괘씸히 여겨 '법대로 처리하자'라며 '언론 없는 정부'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권력자에게 언론은 골칫거리다. 권력을 견제하고 추문을 폭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니, 대통령이 된 그에게 언론은 얼마나 얄미운 상대였을까.

 

ⓒ 오마이뉴스

 

이정현 의원님, '언론 없는 정부'를 바라세요?

 

이명박 정부 이래 위즈덤 하우스가 발표하는 세계 언론 자유도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 배경엔 '언론 없는 정부'를 바라는 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인 것 같다. 지난 30일 공개된 이정현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녹취록의 내용은 세월호 참사 직후 이 의원이 김시곤 전 국장에게 세월호 관련 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수정을 요하는 등의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를 보면 이정현 의원이 그간 언론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알 수 있다. 이 의원에게 언론은 정부의 무능을 폭로하거나 비리를 드러내는 기관이 아닌, 정부의 나팔수로서 충실히 정부를 도와줘야 할 대상이었다.

 

다음은 녹취록 중 일부 내용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놔두고 그러는데 그걸 해경을 두들겨 패고 그 사람들이 마치 별 문제가 없듯이 해경이 잘못이나 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이런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국장님 아니 내가 진짜 그렇게 내가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십니까? 네? 아니 거기 선장이 뛰쳐나오고 자기 목숨 구하려고 뛰쳐나올 정도 되면 배를 몇 십 년 동안 몰았던 선장 놈이 거기 앉아 있는데 보지도 않고 이거 마이크를 대고 그거 뛰어내리라고 안 했다고 뉴스까지 해가지고 그렇게 조지고 그래야 될 정도로 지금 이 상황 속에서 그래야 되냐고요. 지금 국장님 말씀대로 20%, 30% 그게 있다고 하면 그 정도는 좀 지나고 나서 그렇게 해야지

 

국장님 나 요거 한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한다면은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 좀 한번만 더 해주시오

 

내가 그래 한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 아이 한번만 도와주시오 자~ 국장님 나 한번만 도와줘 진짜로.

 

ⓒ 연합뉴스

 

언론 개입 시도, 세월호 참사 당시만이 아니었다.

 

이정현 의원의 언론 개입 시도는 비단 세월호 참사 당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2014년 5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직을 사퇴하며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이 숱하게 일어났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 전 국장이 보도국장 재임 시 작성해온 비망록에 따르면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방미 중 성추행 사건을 일으켰을 때도 청와대는 언론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비망록엔 당시 이정현 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은 김 전 국장에게 윤창중 사건 보도를 첫 번째 꼭지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과 '윤창중 속보를 3건에서 2건으로 줄이고 3번째와 4번째 꼭지에 보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KBS의 보도는 타 방송사와 비교해도 축소보도라 할만 했다. 같은 날 MBC와 SBS는 윤 전 대변인 보도를 각각 6번, 5번 보도했으며 순서도 맨 앞에 배치했지만, KBS는 그러지 않았다. 청와대 측의 언론 개입 시도가 성공을 거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정황들이 있는데도 지난 1일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희한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 날 '(이 의원의 언론 개입 시도는)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통상적인 업무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라고 말했다. 언론에 개입하는 것이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니, 청와대의 대언론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다.

 

이정현 의원 역시 이날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이 같은 개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이정현은 녹취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큰 잘못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법원은 그간 판결을 통해 해경 123정 정장이 참사 당일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세월호와의 교신을 제대로 유지하지 않았고, 승조원 임무 배치 조치도 하지 않는 등 임무에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방송장비를 이용해 승객 퇴선을 유지하지 못한 점도 과실로 지적했다. 대통령마저 해경의 책임을 물어 해경 해체는 선언,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는데, 해경에게 책임을 붇는 보도에 오류가 있어 KBS 개입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 오마이뉴스

 

이정현 의원님, 실정법 위반에 대한 댓가는 치르셔야죠?

 

이정현 의원의 KBS 보도 개입은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하고 있다. 방송법 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105조에서는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이들 실정법을 위반했으니,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기란 힘들어 보인다. 그간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하거나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던 자들도 그들이 권력을 가진 이유로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번이라고 다를 리 없다. 이 나라에서 '법치'란 대게 아래를 향하는 것이지 위를 향하는 것이 아니니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녹취록이 공개된 뒤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쉽지 않을 듯 하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청문회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했고, 국민의 당 이용호 대변인은 '무작정 청문회를 추진하기보다 청와대의 대응을 지켜보며 청문회를 열지 결정하겠다'는 이도 저도 아닌 답을 내놓은 까닭이다.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하나를 택하기는 어렵다. 언론도 정부도 우리에겐 소중한 기관이다. 그렇기에 두 기관 사이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하나의 기관이 다른 기관의 우위에 설 때 권력의 균형은 깨어지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헌법과 방송법이 언론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간 이정현 의원과 그 배후에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는 이 균형을 깨뜨려왔다. '언론 없는 정부'를 추구하며 실정법을 위반한 자들에게 죄를 묻길 주저한다면 이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그들에게 법의 엄중함을 보여줄 수 있는 사회, 법치란 말이 누구에게나 공평히 적용되는 그런 사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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