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지뢰밭에 찾아온 지진, 정부는 대책 있나. :: 김순종닷컴

원전 지뢰밭에 찾아온 지진, 정부는 대책 있나.

* 이 글은 2016년 7월 7일에 쓰였습니다.

 

울산 지진 발생, 정부는 무얼 했나?

 

지난 5일 저녁 울산광역시 동쪽 해역 52킬로미터 지점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진을 감지하고 대피할 만큼 이번 지진은 평소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1978년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5번째로 강한 지진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놀랄만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낮은 수준의 지진이지만 지진은 매년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간 일어난 지진만 7차례나 됩니다. 일각에선 점차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기상청

 

지난 5일 지진이 일어나자 울산 지역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으로 피신하는 등의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정부의 대응은 안일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후 정부가 특별한 대응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그러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통념만을 믿고 있다간 언젠가 큰 재난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진 발생 시 이를 예측하고 알리는 것, 여진에 대한 준비나 향후 대응 방안을 계획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무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부재 중입니다. 아직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런지 천하태평입니다. 5일에도 지진에 따른 긴급 재난 메시지가 울산 광역시 4개 구와 양산, 의령 등 경남 8개 지역 주민 일부에게만 발송됐습니다.

 

재해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우리를 찾아옵니다. 지금부터 지진에 대해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안일함은 재해를 인재로 만듭니다. 지금과 같은 대응으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때 세월호 참사보다 몇 천, 몇 만배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할지 모릅니다. 준비해야 합니다.

 

2011년 소방방재청과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 중 18% 정도의 건물만 내진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비율을 빠르게 올려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지진 시 취해야 할 행동 요령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홍보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울산, 부산 지역에 건설돼 있는 원전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지진 발생 시 원전이 파괴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부산일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이 있는 울산·부산 지역

 

정부는 최근 신고리 5호기와 6호기 건설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으며 원전 갯수를 늘려가려 합니다. 세계적으로 원전 폐기 움직임이 높고, 원전의 비효율성이 드러난 마당에 원전을 또 다시 짓겠다는 정부의 행태는 비판할 가치도 없습니다. 울산, 부산 지역에 너무나 많은 원전이 밀집돼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지역에만 현재 12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건설 예정인 5,6호기까지 합하면 이 지역의 원전 수는 16개에 달합니다. 만약 이들이 동시에 파괴된다면 어떨까요? 국제 환경 보호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고리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다수 호기 핵발전소입니다. 원자로 개수가 무려 8개에 달하며 30km 반경 내 인구 수 역시 341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정부는 이들 핵발전소에 내진 설계가 되어 있어 지진이 발생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고리 원전은 6.5 규모의 지진에, 신고리 원전은 6.9 규모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6.5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 오마이뉴스

 

우리나라도 큰 규모의 지진 기록 존재해.

 

일각에선 대규모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리 없다고 말합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길 바랍니다만, 원전 파괴 시 일어날 재앙을 생각하면 단 0.01%의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그간 일본에서는 9.0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경우 이 수치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원전이 파괴돼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예상보다 큰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던 승정원에서 작성한 <승정원일기>에 기록이 남아있는데, 미국국립지구물리센터는 당시의 지진이 6.5규모 이상이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국내에도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참혹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울산부 동쪽 13리 밀물과 썰물이 출입하는 곳에서 물이 끓어올랐는데, 마치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 승정원 일기 -

 

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기 힘들만큼 엄청난 규모로 예고없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이 거대한 힘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과학을 힘으로 이를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정부에게 저는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정부는 고강도 지진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놓았냐고. 안일함에 파묻혀 있지는 않냐고.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단 0.01%의 위협에 대해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에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자제하고, 점차적으로 친환경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내진설계가 된 건물을 짓도록 강제해야 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지진 시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안일함은 언제나 큰 폐해를 낳습니다. 5천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한때의 안일함 때문에 어느 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가 잊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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