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말한 대체복무제 도입, 망설일 필요 있나요?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어제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대체복무제'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대체복무제를 통해 구제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연간 600여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이고 징병제 국가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국민이 병역 기피를 우려하는 부분은 공감한다"라면서도 "양심의 자유 역시 중요한 자유권의 본질 중 하나이므로 병역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규범 조화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의 발언 후 다시 한번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대체복무제 도입,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요?

 

@ 연합뉴스

 

대체복무제 2007년 도입 방침 나왔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번복.

 

대체복무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간 우리나라에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및 대체복무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5년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에 관한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올해도 국방부 장관에게 대체복무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정부는 2007년(노무현 정부)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대체복무제는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백지화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위협적이라며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들이 나옵니다.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를 낳고, 이에 따라 적정 수준의 병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입니다.

 

@ 연합뉴스

 

 

대체복무제가 국방력을 약화시킨다?

정말?

 

양심적 병역거부로 매년 60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감옥에 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된 인원만 2만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대체복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따라 매년 60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대체복무제'를 택한다고 해도 이것이 국방력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현역병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의 숫자가 적지 않습니다. 2016년 9월 기준 전국의 사회복무요원 총 인원수는 51,800명입니다. 여기에 600명의 숫자가 더해진다면 국방력이 약해질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600명의 병력이 감소해 국방력이 약해지는 수준이라면 그런 국방력은 애초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병역기피를 위해 대체복무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2007년 도입됐던 대체복무제안을 들여다보면 대체복무제를 선택하는 청년들은 현역병보다 2배나 긴 시간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해야 했습니다.

 

지금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률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주민 의원등 21명이 지난 5월 발의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1.5배로 제안했습니다. 같은 날 이철희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2배로 제안했습니다.

 

현역병보다 1.5배 혹은 2배 많은 기간을 감내하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청년들이 많을까요? 아닐 겁니다. 이처럼 대체복무제 도입 시 국방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구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한 국가들,

"안보를 이유로 양심의 자유 침해해선 안 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보다 더 위중한 안보 상황에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왔습니다. 영국은 세계1차대전 중이던 1916년 병역거부권을 인정했습니다. 독일은 분단상황이던 1960년 병역거부권을 인정했고요.

 

대만 역시 중국과 갈등 관계 중이던 2000년 병역거부권을 인정했습니다. 대만의 경우 지금도 중국과 갈등 관계를 지속하는 분단 국가입니다. 이들 국가들이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도 병역거부권을 인정한 것은 안보를 이유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여론도 대체복무제 찬성으로 기울고 있는 만큼,

대체복무제 도입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2009년 시행될 예정이던 대체복무제가 2008년 전면 보류됐던 것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전 세계 각국에 수감돼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총 723명 중 669명이 우리 국민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권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기에 딱 좋은 수치였죠. 전세계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의 92%가 우리 국민입니다.

 

하지만 여론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2005년 10.2%에 불과했던 대체복무제 도입 찬성 비율이 2011년 33.3%, 2016년 46.1%로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6년 7월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80.5%가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10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항소심에서는 최초로 무죄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뉴시스

 

이제 대체복무제 도입할 때도 됐지 않나요?

 

살펴본 것처럼 대체복무제 도입이 청년들의 병역 기피를 부를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적습니다. 그럼에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어쩌면 대체복무제 반대 여론은 이 나라를 '병영국가화' 시켜온 '국가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만든 환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대체복무제는 '집총'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할 뿐, 병역거부자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국민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현역병들보다 더 오랜 기간 말이죠.

 

국민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지켜줘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면서 국민으로서의 권리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법입니다. 

 

이제 우리도 그간 받아온 '인권후진국'이라는 비판에서 조금 벗어나 봅시다.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의 시작이 될 대체복무제 도입,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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