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엔 관대, 구원파엔 엄격한 언론사

세월호 참사 후 드러난 언론의 민낯은 끔찍했다. 희생자 가족들의 인권을 짓밟는 취재 분위기와 취재 경쟁에만 몰두하며 오보를 반복하는 그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언론 참사라 할 만했다.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은 언론 참사를 목도하며 그들에게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이름을 명명, 지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사는 자성은 커녕 재활의 가능성도 남지 않은 중환자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병언 회장의 비리와 정부의 무능 중 어떠한 것이 더 세월호 참사의 주요한 원인이 됐던 것일까.


세월호 참사는 이 사회의 여러 '적폐'들이 단계별로 작용하며 일어난 총체적 인재(人災)였다. 출항부터 침몰과 대피, 구조, 관리의 전 과정에서 이 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이빨을 드러냈다.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 역시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썩은 이빨 중 하나로 비판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이에 대한 언론사의 보도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구조의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무능과 무책임은 그 중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사들은 비판의 칼날을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에게 집중하며 정부에 대해선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언론사가 정부에 쏟아지는 비판을 한 기업가와 종교인들에게 돌리며 정부의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난 며칠간 <김순종닷컴>의 검색 유입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김기춘 실장'이라는 키워드였다. 김기춘 실장이 지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구원파 신도들이 구원파의 본산인 안성시 금수원의 대치 현장에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우리가 남이가" 등의 플래카드를 걸었기 때문이다. 구원파는 김기춘 대통령 실장이 그들을 탄압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오대양 사건 때와 세월호 사고가 똑같은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의 잘못을 덮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김기춘은 그때(오대양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고 지금은 (대통령)비서실장이다. 김기춘이 기획하고 연출하 표적수사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라고 말했다.


실제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에 대한 검찰의 재빠른 수사와 언론의 반복된 보도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그들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정부의 잘못을 수사하고 보도하는 이상의 노력을 그들에게 기울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사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신문 제 1면에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에 대한 기사를 지속적으로 싣고 있다. 관영 언론사가 아닌 이상 이들이 정부에는 관대하고 민간에는 엄격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다. 구원파 신도들의 주장처럼 김기춘 실장의 진두지휘 아래 그들에 대한 표적 수사와 언론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달 ,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도와달'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최근 KBS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설로 국민적 분노가 하늘에 치닫고 있다. 청와대의 언론 개입 시도가 존재했다면 KBS만이 그 대상이었을까. 지난달 21일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한번 도와주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뒤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바 있다. 또한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KBS에 해경 축소 보도를 지시한 사람이 이정현 홍부수석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래도 청와대가 KBS 외 언론사들에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청와대가 언론사의 편집권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큰 문제다. 하지만 언론 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언론의 독립성은 언론 스스로가 지켜야할 소중한 자산이다. 언론이 정부의 편에 서거나 특정 단체의 편에 서는 것은 정보를 왜곡시키며 여론을 호도한다. 최근 언론의 위기는 청와대와 언론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청와대도 언론 개입을 근절해야 할 것이지만, 언론 역시 스스로의 독립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들은 유병언 일가의 횡령과 비리보다 정부가 왜 무능하고 무책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정부에 관대하며 민간엔 엄격한 언론의 모습, 유병언 일가만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언론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언론의 비판 기능, 그리고 언론의 의제 설정이 제대로 활성화될 때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은 곳으로 나갈 수 있다. 일부 언론사들은 정권과 결탁해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공적인 담론을 담는 그릇' 이라는 언론의 무게를 체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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