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 '사퇴'와 KBS 이사회 '개혁' 필요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는 공직자로서는 용납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청와대의 KBS 뉴스 개입에 통로 역할을 해왔던 길환영 사장이 이번엔 회삿돈에 손을 대고 있다. KBS 노조에 따르면 길 사장은 청와대-KBS의 불법적 커넥션에 대한 해명을 위해 국민이 낸 수신료 8800만원을 사용, 6개 일간지에 광고를 실을 예정이다. 이 광고의 목적은 KBS를 위한 것이 아닌 길 사장 개인과 정권의 안위를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사적 이익을 위해 회삿돈을 사용하는 것은 횡령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그리고 공직자로선 용납받을 수 없는 만행이라는 점에서 길 사장이 사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길환영 KBS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지난 9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자신의 퇴임에 청와대가 개입했고, 그 동안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와 결탁해 친정부 방송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일파만파로 퍼지며 논란이 됐고 지난 19일 KBS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의 퇴임을 주장하며 뉴스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지난 21일부터 사흘 간 진행된 KBS 새노조의 길환영 사장 사퇴와 공정방송 쟁취를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투표인원 1052명 중 992명이 찬성해 94.3%의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삿돈을 사용, 광고를 내려는 길 사장의 태도도 역겹지만, KBS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와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매한가지다. 


대통령은 청와대의 KBS 개입설이 불거진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단 한번도 표명한 적이 없다. 청와대의 안주인이자 KBS 사장의 임명권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대국민 담화에서 청와대의 KBS 개입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지만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이어 또 한번 책임지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KBS 사장 선임권을 가진 KBS 이사회도 그들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KBS 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 4인은 KBS 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했지만 21일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상정이 보류됐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KBS 개입 시도설이 불거진 후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KBS 이사회의 구조와 안건 의결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 7명과 야당 추천 이사 4명으로 이루어지며 과반수의 동의를 통해 안건을 처리한다. 여당 추천 이사가 과반 수를 훌쩍 넘은 상황(11명 중 7명)은 '낙하산 사장' 임명과 청영방송의 탄생을 가능토록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추천 이사 수를 동일하게 하거나 과반수 동의가 아닌 재적이사의 2/3 혹은 3/5의 동의에 의한 사장선임과 상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 후 이어진 언론참사의 선두에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엔 KBS 사장 선임과 임명 그리고 이사회의 의결 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대통령과 청와대의 언론 장악 시도와 무책임한 대응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 와중에 길 사장은 회삿돈 8800만원을 들여 KBS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광고를 내 보낼 것이라고 한다. KBS 이사회는 이러한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권을 보류한 상태이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지독히도 염치없다.


오늘 KBS를 더 이상 '공영방송'이라 믿는 사람은 없다. KBS는 '청영방송', KBS 사장은 정권의 언론 장악을 위한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것이 대중의 믿음이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위기를 만든 가장 큰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사장과 여권이 추천한 7명의 이사들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온 이유다. 결자해지(結子解之)라고 했다. 길환영 사장의 사퇴와 KBS 이사회의 개혁을 통해 청영방송을 공영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또 한번 무책임한 모습만을 보이는 대통령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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