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네거티브와 가상적 유능감

하야미즈 도시히코는 그의 책 <그들은 왜 남을 무시하는가>에서 '가상적 유능감'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가상적 유능감이란 타인을 경시함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상대적으로 높이려는 마음가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 만큼의 인정을 타인에게 받고 싶어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과 비교될 법한 타인을 멸시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인정을 끌어내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인다.

 

선거에서의 네거티브 전략은 이 '가상적 유능감'과 꼭 닮았다. 자신의 유능함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기 힘들 때 후보자는 타 후보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착각이다. 타인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그 자신이 돋보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속된 네거티브를 통해 '가상적 유능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행동들이 선거에서의 패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모른 채 말이다.

 

6.4 지방선거에 나선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시 중랑구 우림시장 유세에 나선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는 안보관이 대단히 미심쩍다. 박 후보는 시민운동가로 대단히 큰 역할을 했지만 그동안 걸핏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천안함 폭침은 우리가 북한을 자극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을 가진 분이다"라며 색깔론을 폈다. 박원순 후보의 파격적인 벽보에 대해선 "천만시민에게 자신의 앞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분이 서울시장을 해서 되겠느냐"며 "관상을 봐야 심성을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사진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주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24일에는 박 후보의 부인 강난희 여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딴지를 걸기도 했다. 이날 정몽준 후보 캠프의 전지명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인인 박원순 후보의 부인 강난희 여사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향간에는 박 후보가 부인을 꼼꼼 감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심지어 벌써 외국에 출국했다는 설도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서민을 위한 후보라고 자처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부인은 서민을 위한 봉사활동은 커녕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만하면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정 후보가 네거티브를 반복하는 이유는 뻔하다. 서울 시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는 것이다. 전형적인 '가상적 유능감'의 발로다. 하지만, 그러한 정 후보의 시도는 생각처럼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정몽준 후보가 앞서 나간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커졌다. 정 후보의 거듭된 네거티브 공작이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것에 한 몫을 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원순 후보는 정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격 중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원순 후보는 정 후보 측의 거듭된 네거티브 공격에 기자회견을 열어 "분명하게 경고하겠다. 오늘 이후로 벌어지는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추악한 선거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에 근거한 정책에 대한 비판과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좋지만 아무리 험악한 정치판이라 해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다"며 "제 아내 출국설까지 말했는데, 정치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고통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분노를 표했다. 그럼에도,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 촉구에 대해 "박원순 후보가 갑자기 왜 네거티브 중단하자고 하나. 겁나는 게 좀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배려는 없고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사랑만이 넘치는 모습이다.


박 후보의 말처럼 선거는 세밀한 정책과 그 정책을 둘러싼 비판과 수정을 통해 이루어짐이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서울 시장 선거는 정책 경쟁을 통한 축제의 장이 아닌 비난과 질투, 시기만이 얼룩진 '혼돈의 장'이 되고 있다. 타인을 무시하고 멸시함으로 얻을 수 있는 지지는 제대로 된 지지일 수 없다. 그 스스로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정몽준 후보는 박 후보를 공격함으로 '가상적 유능감'을 얻고자 하는 만행을 멈추고 세련된 정책과 홍보를 통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진정한 유능감'을 선거 과정에서 구현해야 할 것이다. 박 후보의 사과 요구에 "네거티브 중단하자고? 겁나는 게 있나" 식의 발언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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