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록 유출 사건 수사, 국민 법 감정 외면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합작품이란 의심을 받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국가 기밀인 대통령 대화록을 열람하고 이를 만천하에 드러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약식 기소 처분을 내리고 그 외에 김무성 의원,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 9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지난 대선 댓글 조작의 현장을 잡아내기 위해 국정원 김 직원의 집 앞에서 밤을 샌 야당 국회의원 4명에 대해선 '감금죄' 혐의로 약식기소 했다. 여당엔 봐주기 수사, 야당엔 엄격한 수사를 하는 권력의 검찰이란 비판이 일 수 밖에 없다.


@ 연합뉴스


검찰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유는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검찰은 국정원이 공공 기록물로 분류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통령 기록물이라 할 수 있는 남북 대화록 누설에 대해 사안이 경미하다고 말했다. 정상 간 대화록도 국정원이 작성하면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며 그래서 중요 기록물이 아니라는 논리다. 국가 정상 간의 대화록이 공공기록물로 분류돼 있는 이유로 이를 누설해도 경미한 죄에 불구하다니 앞으로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언제든 정상회담 기록이 공개될 지 모를 일이다. 


검찰은 지난 12월 부산 거리 유세에서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원본과 완전히 일치하는 쪽지를 읽은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도 대화록 원본을 보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언론에 회담록 내용이 어느 정도 보도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정도 발언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화록 전문이 공개된 바 없다는 점을 돌아보면 국정원에 보유 중이던 회담록이 통째로 유출됐고 김 의원이 이를 참고한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검찰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대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열람한 대화록의 내용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언급한 정문헌 의원에게 약식기소만을 한 점도 법의 형평성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지난 11월 대화록 초본을 삭제했다는 이유만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인 조명군 전 비서관은 정식 재판을 받았다. 초본을 삭제한 것 이상으로 원본의 내용을 유출한 것은 문제가 될 법한 일인데 어떻게 정 의원에겐 재판없이 약식기소 명령을 내린 것일까.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미 FTA와 관련된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를 돌아보면 더욱 그러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법이라지만 해도 너무하다.


앞서 지난 대선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국정원의 댓글 개입 정황에 무혐의 결정을 내린 김용판 전 청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은 바 있다. 국민의 일반적 정서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도대체 이 나라의 법은 그리고 검찰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법이 국민 일방 정서를 따르지 못할 때, 국민들은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자들을 물갈이 할 수 밖에 없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오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 무너진 법질서를 다시 정립하기 위한 결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권력을 위한 검찰, 그리고 이러한 검찰에 눈을 감은 채 자신들의 특권을 보장받고 있는 자들을 더 이상 좌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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