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KTX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 47천억 원의 혈세, 토건사업 아닌 복지정책에 활용돼야..

- 서부경남KTX 열광하는 시민들, 서울중심적 사고 엿보여..

 

“52년 만에 서부경남도민들의 숙원이 풀렸다최근 서부경남KTX 사업이 예비타당성 면제를 받자 서부경남도민 가운데 일부는 이런 말을 내놓고 있다. 1966년 추진된 김삼선(김천~삼천포) 건설공사가 비용 대비 편익이 낮다는 이유로 중단된 후, 오랜 기간 시민들이 바라왔던 고속철도 사업이 재추진된다는 이유다. 서부경남KTX가 완공되면 서울과 서부경남은 2시간 거리로 좁혀진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8만개의 일자리와 10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7천억 원, 서부경남KTX 준공까지 필요한 혈세 규모다. 서부경남 중심도시인 진주시 1년 예산의 약 4. 물론 47천억 원을 들여 8만개의 일자리와 10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면 아까운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토건사업을 추진하며 기대했던 경제효과가 그대로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일각의 장밋빛 전망속에 추진된 4대강 사업이 그랬다. 감사원 조사 결과 31조 원을 들여 추진한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66천억 원이었다. 투입 대비 산출 비용은 고작 21%. 혈세 낭비였다.

 

그때(4대강 사업)는 틀리고, 지금(서부경남KTX)은 맞을 수 있다. 하지만 47천억 원을 투자해 얻을 실익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3시간 30분쯤 걸리던 서울과 서부경남 사이의 거리가 2시간대로 좁혀진다고 얼마나 큰 경제적 효과가 일어날까. 거의 모든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서울과 서부경남의 거리가 좁혀지면, 서부경남의 자원이 서울로 빨려 들어가는 빨대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서부경남KTX를 반기는 주된 이유도 서울과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 아니던가.

 

 

 

 

서부경남KTX사업 추진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걸로 알지만, 지역의 기대가 기대를 넘어 현실이 된 적 있던가를 묻고 싶다. 서울의 물자와 사람들이 서부경남으로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앞서, 2004KTX가 연결된 부산은 어떠했는지 돌아보자. 또 다른 도시들은? 그들도 KTX 착공소식에 큰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부산만 하더라도 날로 인구가 줄고 있고, 최근에는 지역내 총생산도 인천광역시에 2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날로 낙후되는 상황인 셈이다. 하물며 부산보다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서부경남은.

 

차라리 복지 사업에 47천억 원을 투자한다면 어떨까. 주민 복지는 향상되고, 혈세는 도움이 필요한 사회 저지대 시민들에게 사용될 거다. 주거, 의료, 교육, 육아 등 다방면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인구 35만인 진주시의 2019년 당초예산 14천억 원 가운데 복지·보건 분야 예산은 4천억 원이다. 인구 350만의 경남에 이 수치를 단순 대입하면 경남 18개 시군의 복지·보건 분야 예산은 대략 4조 원, 서부경남KTX 준공에 경남 18개 시군의 1년 복지·보건 분야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 비용이 복지사업에 투자되면 시민들은 직접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한편으로 서부경남 KTX사업에 큰 기대를 품는 우리 지역 일각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서울집중적 상황과 서울중심적 사고방식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고속철도가 다른 지역도 아닌 서울과 연결돼야 지역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 진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47천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고속철도를 건립하는 게 아니라 그 비용으로 지역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에서 서너 시간을 들여 서울을 방문하듯 서울 사람들이, 타 지역 사람들이 우리 지역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유인을 만드는 것. 그게 진짜 지역발전이요, 국가 균형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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