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

- 언론은 부분적 사실을 전할 뿐, 진실의 전파자가 아니다.

- 언론의 오만함과 선택적·감정적 기사 소비는 큰 문제다.

- 여러 언론의 기사를 접하며 진실을 고민할 때 총체적 사실에 다가설 수 있다.

 

 

그 언론의 보도는 모두 진실입니다대학시절 국정원 출신의 한 인사를 인터뷰하며 들었던 말이다. 숱한 사람들이 언론에 신뢰를 잃어가던 때 저런 말을 한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했다. 언론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채 특정 언론을 막연히 신뢰하다가는 언젠가 큰 실망감을 느낄 게 뻔해 보였다. 언론은 부분적 사실을 전할 뿐, 진실의 전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두 사진은 형태가 다르지만, 같은 사물을 가리킨다. 지구이다. 두 사진은 부분적 사실을 비춘다. ‘진실을 드러내지 못한다. 두 사진은 하나의 각도, 특정한 거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모두 사실이나 그 사실은 부분적이다. 특정한 각도와 거리에서 본 지구의 한 가지 모습만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진들이 한데 모이면 우리는 지구라는 형상의 총체적 사실을 알 수 있다. 총체적 사실은 진실에 근접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지구 형상의 진실은 모든 각도, 모든 거리에서 바라본 지구를 완전하게 표현해낼 때 드러난다. 진실을 알기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보도는 부분적 사실을 담는다. 기자가 서 있는 곳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를 전하는 기사는 지구를 한 측면과 거리에서 담은 사진과 동일하다. 각각의 측면과 거리서 바라본 내용을 담은 여러 기사들을 읽어내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총체적 사실'만을 알 수 있다. 부분적 사실의 합은 진실이 아닌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 가운데는 언론보도를 막연히 신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막연한 신뢰는 기자들의 오만함을 키우고, 수용자들을 단순화시킨다. 최근에는 언론보도를 불신하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언론보도를 불신한다면서도 기사를 선택적·감정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문제는 두 가지 축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부분적 사실이 아닌 진실을 전할 능력이 있다고 착각하며 오만을 떨 때이다. 다른 하나는 수용자들이 부분적 사실을 담은 기사를 선택적·감정적으로 소비할 때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언론의 고질적 병폐이면서, 점차 심각한 사안이 되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후자는 우려스러운 지경이다.

 

언론의 오만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자질 낮은 기자일수록 그 병폐는 심각하다. 기자는 넓은 들판에 핀 잡초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망아지에 지나지 않으나, 이들은 자신들이 진실을 전할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고 있다고 착각한다. 한 측면과 특정한 거리에서 바라본 부분적 사실만을 전하는 집배원임을 잊고 전지전능한 존재인 양 유세를 떤다.

 

더 큰 문제는 선택적이고, 감정적인 기사 소비이다. 우리 언론은 해장국 언론이 되어가고 있다. 강준만은 그의 칼럼에서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만드는가에 따라 참언론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독자가 지지하는 세력과 사람을 옹호하는 언론이 참언론으로 받아들여진다. 부분적 사실을 담거나 왜곡된 기사들이 진실의 외피를 쓰고 활개친다.

 

위의 두 문제는 좋은 언론의 싹을 자른다. 언론의 오만과 수용자의 감정적 기사 소비는 오보와 왜곡의 씨앗을 심는다. 오만한 언론일수록 그들이 부분적 사실이 아닌 진실을 전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회의하지 않는다. 감정적 기사 소비는 부분적 사실을 진실로 왜곡하며 그 왜곡의 정도를 점차 가속화시킨다. 사람들을 극단에 처하게 한다.

 

좋은 언론이란 무지의 베일을 쓰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하는 곳이다. 기자가 서있는 곳에서 부분적 사실을 본 그대로 전할 뿐, 다른 의미는 없다는 걸 언론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시민들은 이에 기초해 선택적·감정적 뉴스 소비를 지양하고 여러 언론의 기사를 비교 분석하며 부분적 사실을 총체적 사실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언론이 진실을 전할 수 없다는 '진실'을 언론과 수용자가 인식하고 노력할 때 우리는 조금이나마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부분적 사실을 모은 총체적 사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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